고삐 풀린 물가...11월이라던 추가 금리인상 앞당겨지나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당국의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 3분기 소비자물가가 2.6%나 뛰며 약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넘어선 지 벌써 6개월째다. 유가와 공공요금에 환율까지 오르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불붙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당초 시장이 11월로 예상했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MF(국제통화기금)는 6일(현지시간) 공개한 '4분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내년부터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주택 가격과 식량 가격 급등도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초 하반기 물가안정을 기대했던 한은은 전망치 수정에 나섰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예상했던 한은은 최근 전망치를 2.1%로 올려잡았다.

물가 전망이 빗나간 주된 이유는 예상 밖으로 급등한 국제유가와 농축산물 가격이다. 여기에 환율까지 뛰면서 수입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90원선까지 오르며 12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하반기에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당연히 물가 상방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가 더해지고 일상 회복으로 인한 소비 활성화까지 실현된다면 물가는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매파적'(통화긴축주의자) 성향을 보이며 8월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이르면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초 시장에선 8월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1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서 10월, 11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채권금리가 1.25%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내년 3월 대선과 총재 임기 종료에 임박한 시점보다는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종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계부채가 핵심 관심사라고 밝힌 박기영 신임 금통위원이 가세해 10월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 가운데 다수는 오는 12일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100명) 가운데 87%가 12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로 유지하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