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증은 내 집에서 치료…‘이웃의 지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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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7.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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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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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자가치료’ 확대 시행 한달

경기도 ‘홈케어 운영단’ 운영 현장
200명대 자가치료자에 24시간 대응
어린이 가정만 제한 적용하다가
한달 전 1인 성인가구로 적용확대

지속가능한 의료대응 위해 실험중
“델타 변이로 경증관리 전환 요구
부족한 의료자원 확충 최적화 필요”
16일 경기도청 1층에 있는 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시스템 운영단 사무실. 경기도청 제공.


지난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1층에 있는 ‘홈케어 운영단’ 사무실에서는 단 1초의 정적도 흐르지 않았다. 간호사 10여명은 유선 전화기를 어깨와 귀 사이에 끼우거나, 머리에 헤드셋을 쓴 채 집에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을 전화로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구토, 설사, 음식 섭취 불량, 소변 횟수 감소, 호흡곤란, 흉곽함몰, 코 벌렁거림, 무호흡, 청색증, 의식변화, 처짐, 경련, 오한, 두통, 인후통, 근육통, 후각 소실, 미각 소실, 기타 증상이 있으세요? 아, 증상은 없으신가요?”

오후 2시20분께, 간호사 반종필(31)씨는 한 30대 남성에게 수화기 너머로 30초에 걸쳐 코로나19 증상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물었다. 이 남성은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신에 집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뜻을 보건소에 밝혔다. 반씨는 4분간의 통화 끝에 “저희가 24시간 운영하니까 약을 복용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숨쉬기 힘든 응급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이 번호로 전화주세요”라고 말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오전 8시에 출근한 그는 이날 하루에만 45~50통가량 전화를 돌렸다. 다른 간호사들도 환자가 식사는 잘하는지, 코로나19 증상은 어떤지, 우울하지는 않은지 등을 쉼 없이 질문했다.

경기도는 지난 7월16일부터 만 49살 이하 성인으로 무증상·경증 환자이고 1인 가구여서 다른 가족에게 전파 위험이 없는 경우 자기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자가치료’를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자가치료 안내서’를 마련해 돌봄이 필요한 만 12살 이하 아이나 그 보호자가 확진된 경우에 한해 자가치료를 허용했다. 다만 아이나 보호자 모두 기저질환 등 위중증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시도는 상황에 맞춰 이를 도입했고, 경기도도 지난 3월부터 이를 시행하다가 지난달 확대 적용으로 돌아섰다.

자가치료자는 자기 집에 격리된 대략 열흘 동안 경기도가 31개 시군과 함께 운영하는 홈케어 시스템을 통해 오전·오후 하루에 두 차례씩 전화 상담을 받는다. 증상이 나빠지면 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거쳐 약을 처방받거나 심할 경우 병원으로 이송된다. 운영단엔 간호사 1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경기도 내 8개 협력 공공병원 전문의들이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이달 들어 경기도 내 신규 자가치료자는 매일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40명 이상씩 늘고 있다. 지난 10일엔 관리 중인 자가치료자가 250명이었지만, 지난 13일에는 285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나타냈다. 전체 확진자 대비 자가치료자의 비율도 대상을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제한했던 지난 3월엔 0.64% 수준이었지만, 자가치료 확대가 시작된 지난 7월엔 3.55%, 8월엔 13일까지 6.38%로 늘어났다.

이는 지속 가능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위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근간으로 한 지금까지의 ‘케이(K) 방역’은 경증·중증을 가리지 않고 모든 확진자를 시설에 격리해 치료한다.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격리와,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가 함께 묶여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영국 등 국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를 통해 확진자 수 통제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치명률과 위중증률 중심으로 방역체계가 조정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이는 어느 정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한다. 4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2천명을 넘어선 한국도 이런 방역전환을 염두에 둔다면 특정 시점에서는 모든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 등 시설에 격리하기가 어려워진다. 격리와 치료를 분리해 무증상자와 경증환자는 자가치료로 돌리고,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재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케어 운영단장인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지난 13일 경기도에서 자가치료 중인 사람은 285명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 두 곳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 비수도권의 경우 대구·부산·경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 한 곳당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75~166명 수준으로, 확진자 규모가 더 커질 경우 시설 추가 확보 부담이 만만찮다. 임승관 원장은 “필요하다고 느낄 때서야 논의를 시작한다면, 대처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가치료는 지금 당장 부족한 의료자원을 빠르게 늘리는 데 꼭 필요한 효율화·최적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가치료가 안착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으로 ‘사회의 위험 수용성’을 꼽고 있다. 집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환자가 방치되는 것이 아니며, 옆집에 무증상·경증 환자가 살고 있다고 해서 동네가 위험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밖에 자가치료 관리에 필요한 보건소 인력 충원 등도 이뤄져야 한다.

한편, 경기도는 오는 9월 초 인재개발원 체육관에 30명 수용 규모의 ‘자가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를 열기로 했다. 이동형 음압 병동을 설치해 집에서 치료 중이던 경증 환자가 필요하다면 하루 이틀가량 입원해 의사에게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면진료가 어려운 자가치료와 병원 이송·입원을 전제로 한 기존 치료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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