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올라, 원두값마저…'생명수 커피' 끊겠다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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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5. 오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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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exels]
“직장인들에게 커피는 생명수다. 하루 2잔은 마시는데 가격이 많이 오른다고 하면 건강 생각해서 이참에 끊을까 싶다.”

최근 커피 가격 인상 소식을 접한 30대 직장인 A씨의 얘기다. 그는 “‘커피 수혈’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고 의존도가 높은 직장인들에겐 타격이 갈 것 같다”며 “사실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는 지금도 싼 편은 아닌데,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두 가격이 인상되면서 커피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원두값이 오르게 된 건 세계 1위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의 이상 기후 때문이다. 브라질 원두는 가뭄과 한파로 인해 생산량이 22% 감소했다. 2위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에서는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돼 물류 이동 제한으로 가격이 올랐다.

우유, 임대료, 인건비 다 올랐다
이 여파는 영세한 개인 카페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카페를 5년 동안 운영했다는 B씨는 “5년 동안 인건비는 시간당 3000원이 올랐어도 커피 가격은 손을 못 댔었는데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이젠 200~300원 정도 올리려고 한다”며 “돈을 더 벌겠다기보단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커피값 인상을 두고 고민하는 글이 적지 않다. “원두(공급) 사장님이 몇 년 만에 불가피하게 올린다는데 더 저렴한 원두로 갈아탈까 한다. 우윳값도 올랐고, 커피 퀄리티는 이제 어느 정도 포기했다”“언론에 얘기 나올 때 올려야지, 안 그럼 못 올린다”는 내용이다.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의 반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커피값 인상 안내문을 연말까지 붙여놓고 내년 1월 1일부터 가격을 올리겠다는 업주도 있다. 해당 업주는 “재룟값도 그렇고, 임대료, 인건비까지 안 오른 게 없다. 단골이 많은 가게라 충분히 안내하고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커피빈코리아는 지난 1일 수입 원두의 원가 상승에 따라 온라인몰에서 1만7000원에서 판매하던 227g 원두를 종류에 따라 1000~2000원 올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이어지며 사무실에서 소비하던 커피믹스의 판매가 줄고 로스팅된 원두와 캡슐커피, 커피 관련 기기 등의 판매가 늘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포장 원두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32% 뛰었다. 연합뉴스
캡슐 커피도 오르나? “경미한 수준”
이번 원두값 인상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늘어난 ‘홈카페족’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캡슐커피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 판단한 일부 소비자들은 캡슐을 미리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다. 20대 직장인 서모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커피를 집에서 내려 먹어 지출이 많이 절감됐는데, 조만간 캡슐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싶어 이벤트 가에 판매하는 캡슐을 350개 사서 쟁였다”고 말했다.

원두 납품 업체를 운영하는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보통 아메리카노에는 원두가 15~25g이 들어가는데, 캡슐은 5g 정도라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아 원두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은 경미할 것”이라며 “하지만 직접 원두를 사다 내려 먹는 경우는 온라인 판매처만 봐도 이미 가격이 어마하게 오르고, 동난 경우가 많은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테이너 단위로 (원두를) 수입하는 업체는 물량을 있는 대로 다 잡아서 수급하고 있지만, 조그만 로스팅 회사들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개인 카페들은 앞으로 가격을 무조건 올리든지, 값싼 원두를 블렌딩해 퀄리티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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