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정우 KSSB 준비위원장·김의형 회계기준원장 “첫 ESG 공시 기준은 ‘기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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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제정이라는 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에 대응하는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준비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이 커서 KSSB와 같은 상설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정우 KSSB 준비위원장)

국내외 회계 업계와 상장사들은 ESG 회계와 관련해 ISSB에 주목하고 있다. ISSB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산하에 설립하려는 위원회인데, 이곳에서 전 세계에서 통용될 지속가능보고기준(ESG 공시 기준)을 만들게 된다. 지속가능보고기준이란 기존 재무보고와 달리 기업에 영향을 주는 기후·환경 등 비재무적 공시 기준을 말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아직 통일된 국제 ESG 기준이 없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IFRS재단은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ISSB를 설립을 공식화하고 내년 4분기쯤 첫 ESG 기준을 제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KSSB는 ISSB에서 제정되는 ESG 공시 기준이 국내에서 채택·사용될 때 이를 심의·의결·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IFRS재단의 지속가능성기준 전략적 방향성. /한국회계기준원 제공

지난 17일 조선비즈는 한국회계기준원에서 서정우 KSSB 준비위원장과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KSSB 준비위 활동 계획과 준비위원 구성, KSSB 출범 여부와 첫 ESG 공시 기준 분야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또 새로 제정되는 글로벌 ESG 기준에 국내 상황을 미리 반영하기 위한 인재 투입 전략과 금융당국 차원의 ISSB 기부금 마련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ESG 공시 기준 제정과 KSSB 관련해 세부 내용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 위원장은 한국인 최초로 IFRS 재단 산하 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IASB는 IFRS를 제정하고 배포하는 곳으로, 주요국 출신 14명으로 구성된다. 김 원장은 2017년부터 회계기준원장을 맡고 있으며 삼일회계법인 대표, PwC컨설팅 대표 등을 역임했다.

KSSB 준비위가 이달 공식 출범했다. 국내에 지속가능성기준(ESG 공시 기준)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나. KSSB 설립 예정일도 궁금하다.

서정우 KSSB 준비위원장 (이하 ‘서’) = “국내에서 ESG 공시 기준 국제표준화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고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추진 과정에서 ISSB 기준의 도입과 이행을 검토하기 위해 KSSB 준비위를 구성했다. KSSB 준비위는 ISSB 설립에 대응한 KSSB 설립 여부와 법적 근거, 국내 ESG 기준 제정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KSSB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서 내후년 초쯤 설립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예정일을 단정할 수 없다. ISSB가 제정할 기준에 대한 국제표준화 성공 가능성, 전 세계적인 지지와 적용 의무화 추세, 정부의 도입 및 이행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ISSB가 연말에 ESG 공시 기준 초안을 낼 예정이지만 지연될 수도 있다.”

KSSB 준비위원회는 어떠한 인물들로 구성되나.

서 = “전규안 숭실대 교수가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강병국 한국거래소 공시부장(ESG 가이던스 총괄), 임승관 KB자산운용 ESG 실장, 김광조 SK그룹 부사장이 위원으로, 이웅희 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보고 센터장이 상근위원으로 있다.

전 교수는 준비위가 마련할 정책제안서를 총괄할 예정이며 강 부장은 상장사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 임 실장은 투자자 의견을, 김 부사장은 기업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센터장은 국내외 지속가능성기준 동향을 보고하고 정부와 소통하게 된다.”

ESG 관련 최초 공시 기준은 어떤 부문에서 나오나.

서 = “ISSB는 먼저 ‘기후 변화’ 관련 기준을 내년 하반기까지 제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ISSB는 기후 관련 기준을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를 기반으로 제정한다. 국내에서도 ISSB에 발맞춰 기후 변화 관련 기준을 먼저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 다음에 ISSB가 다룰 주제가 무엇이 될지는 전 세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환경(E) 분야에서는 자연 쪽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정우 KSSB 준비위원장이 지난 17일 한국회계기준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다비 기자

지난 7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ESG 공시 기준과 관련이 있나.

서 = “물론이다. 그린뉴딜 부문에 담긴 탄소 국제 질서 수립에 대응하고 탄소영향 산정방법 개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과 관련이 있다. 탄소 영향 산정 방법은 ESG 공시 기준에서 기후 변화 측면에 해당한다고 본다. KSSB 준비위는 ISSB에서 제정한 지속가능성기준 도입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그린뉴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이하 ‘김’) = “KSSB 준비위가 ISSB의 지속가능성기준을 수용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린뉴딜과 관련한 도구나 측정 방식도 함께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두 개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지금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있다. ISSB가 제정하고 KSSB가 국내서 적용할 ESG 공시 기준은 기존 보고서 내용과 무엇이 다른가.

김 = “국내서 130여개 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고, 질도 꽤 좋다. 다만 자본시장 참여자(투자자·주주)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개별 보고서 문제가 아닌 지속가능성보고 자체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기존 보고서는 투자자보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정보 요구에 맞춘 보고서가 다수였다. 앞으로 ISSB가 제정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은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공시’이므로 투자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ESG 요소(기후변화 등)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사업모형·전략·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교통정리가 될 예정이다.”

오는 25년까지 국내서 ESG 자율공시가 활성화하는 만큼 기업이 ESG 공시 기준 제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ISSB에서 만든 ESG 공시 기준이 국내에 적용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까.

서 = “시간이 꽤 걸린다. ISSB 기후 공시 기준은 내년 4분기쯤 공표되지만 ISSB가 기준을 제정해도 국내에 바로 적용되진 않는다. IOSCO(국제증권감독기구) 권고안이나 COP26 등 국제회의 공동성명서를 고려해 정부가 도입·이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후 KSSB에서 국제 ESG 공시 기준을 번역하고 금융위 승인을 받아 기업과 투자자에게 배포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빨라도 2024년쯤 국내에 ESG 공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2025년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ISSB 등 국제기구 일정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SSB 기준이 국내 사정에 맞춰 변형돼 적용될지 IFRS처럼 전면 도입돼 수정 없이 적용될지는 정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 다만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ISSB 기준 역시 전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해도 우리나라 다양한 지속가능성 보고 관련 규정과 법안과 함께 상호 연관돼 운영될 수 있다.”

김 = “국내서 아직 ‘어떤 기준’을 이용해 공시하느냐는 정해지지 않았다. ESG 공시 의무화 때, ISSB와 KSSB의 ESG 공시 기준이 나오면 이를 이용하면 된다. 만약 이때까지 표준 기준이 나오지 않으면 임시방편으로 기존의 다른 기준을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별도 기준을 만들어 지배구조 내용을 따로 공시하고 있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이 지난 17일 한국회계기준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다비 기자

국제 ESG 공시 기준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 기업과 실무진의 관심이 클 것 같다.

김 = “물론이다. ISSB 기준이 도입되면 지배구조 단계부터 변화가 요구되므로 기업으로서는 상당히 부담된다. 또 국제기준 제정 시 국내 경영환경의 특수성이 고려될 수 있는지, 산업별 특수성은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도 기업의 주요 관심사다.

최근 전경련이 보낸 서한처럼 ISSB 지속가능성기준 제정에 대해 기업이 갖는 여러 우려(소송위험, 정보생산부담 등)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회계기준원과 KSSB 준비위는 기업의 우려를 신중히 고려해 정책 제안 시 반영하려고 한다.

ISSB는 TCFD는 물론 SASB(미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기준에서 산업별 특성도 고려한다고 한다. 국내 기업은 TCFD와 SASB 관련 내용을 숙지하면 좋다. 기준원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9월 중 SASB 기준 중 주요 10개 산업 기준서 번역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ISSB 위원 후보 발굴도 KSSB 준비위의 중요한 업무다. 인재 확보 방안은 있나.

서 = “ISSB 기준 제정 과정에서 국내 경영환경 특수성이 반영되려면 한국 후보가 ISSB 위원으로 선임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다만 위원 수가 14명(아시아 3석, 유럽 3석, 아메리카 3석, 아프리카 1석, 지역무관 4석)으로 많지 않고, 위원 선정 요건이 까다로워 후보를 발굴하기 쉽지 않다. 전문지식·경력·명성·외국어 능력·의사소통 능력을 두루 갖춘 적격자가 국내에 흔치 않다. 후보를 찾기 위해 정부·기업·회계법인 등과 협력하려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교수 출신이 IASB나 IFRS IC 위원에 선임됐는데 기업 인재도 꼭 필요하다. ESG 공시 기준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인이 기준 제정 전에 직접 ISSB에 목소리를 내는 게 최고다. 다만 기업 인재풀을 구성하기는 더욱 어렵다. ISSB 위원으로 선임되면 해외 파견 근무가 되는데 그러면 회사 일도 손 놓아야 하고 연봉도 적어진다. 간혹 승진에서 밀리기도 한다더라. 국제적인 공적 업무 이행과 관련해 기업 측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불이익을 없애야 다양한 기업 인재를 꾸릴 수 있다.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 걱정이 크다.”

IFRS재단 차원에서 ISSB 설립을 위해 초기자본 기부를 받으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ISSB 설립을 위해 초기자본을 기부하나.

김 = “IFRS재단 이사회는 ISSB 설립과 운영을 위해 각국 정부와 기관에 초기운영자금(3~5년 치, 연 1500만~2000만파운드)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도 기부금을 내려고 한다. 한국은 과거 IASB 관련 기부 규모(아시아 4위)를 고려해 비슷한 수준으로 낼 것 같다.

기부 시기와 재원 조달 방법 등은 금융당국과 기준원이 검토·협의하고 있다. ISSB 설립 초기에 재정지원을 한다면 ISSB에서의 한국 영향력이 분명히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각국이 ISSB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는 ISSB 본부 유치를 위해 인력, 사무실 제공까지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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