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거짓말 제조기’?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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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5.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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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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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김재욱 화백


챗지피티(ChatGPT)가 두달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에 도달해 가장 빠르게 보급된 기술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월 20달러 유료 서비스가 시작됐다. 챗지피티는 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으로, 인류가 쌓은 지식을 학습한 덕분에 어떤 질문에든지 순식간에 조리 있고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 척척박사다. 언론엔 “챗지피티에 물어봤더니…” 형태의 기사와 칼럼이 쏟아지고 있다. 웬만한 일자리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과 함께 챗지피티 활용법을 배워 써먹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챗지피티가 가져올 변화는 일자리와 업무 자동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누구나 글을 써서 발표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면, 챗지피티는 모든 사람에게 뛰어난 문장 생성기를 제공한 셈이다. 챗지피티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아닌 내용도 자신 있고 설득력 있게 답변하면서 출처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만인이 고성능 거짓말 제조기를 이용하게 됐다. 사람들은 챗지피티에 경탄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내용도 많다. 개발자들이 널리 이용하는 문답 사이트 ‘스택 오버플로’는 챗지피티를 이용해 잘못된 답변을 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챗지피티로 만든 답변 등록을 금지했다.

챗지피티는 거짓 정보를 만드는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들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2017년 ‘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이 되면 선진국 대부분의 시민들은 진짜 정보보다 거짓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챗지피티로 인해 현실이 되었다. 구글 바드처럼 챗지피티와 경쟁하기 위해 유사한 대화형 인공지능이 더 많이 출시되고 널리 쓰이게 되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공간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허위 정보와 합성 데이터로 넘쳐나게 된다.

거대 언어모델을 통해 학습한 챗지피티가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갖추고 감쪽같은 거짓을 만들어내는 데 비해 이를 판별하고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문해력은 걱정스럽다. 잇따라 불거진 문해력 논쟁이 심각한 것은 특정 단어의 부적절한 사용 여부가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거부하고 외면하는 반지성적 정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디지털 문해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15살 학생들은 피싱메일 판별 능력에서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기자 프로필

철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의 눈으로 디지털과 인공지능 세상을 바라봅니다. 1990년 <한겨레>에 입사해 주로 정보기술 분야를 취재해왔으며,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을 지냈습니다. 편리하고 강력한 기술의 반짝거림 너머 기술로 인해 사람과 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만나게 될지에 주목합니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뉴스, 믿어도 될까?>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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