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SES "한번에 700㎞ 주행 차세대 배터리, 韓서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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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5. 오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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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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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차오 후 SES CEO 인터뷰
치차오 후 SES CEO가 4일 온라인으로 열린 '배터리 월드'에서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SES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3대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미국 SES가 4일 온라인으로 '배터리 월드'를 열고, 107Ah(암페어시) 이상의 용량을 갖춘 리튬메탈 배터리 '아폴로'를 공개했다. 에너지 밀도 935Wh(와트시)/L로 현재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 정도 높은 아폴로를 2025년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한 번 충전에 400㎞ 정도를 달린다면 같은 용량의 리튬메탈 배터리는 700㎞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치차오 후 SES 창업자 겸 CEO를 배터리 행사를 앞둔 지난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했다. 후 CEO는 "세계 최초로 제작된 대용량 리튬메탈 배터리를 한국에서 개발하고 시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며 "한국은 양극재 생산 등 배터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엔지니어링 기술도 뛰어나 배터리 개발·생산에 좋은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SES는 중국 상하이에도 파일럿 설비를 건설 중이다.

이미 한국 차·배터리 기업과 협력 관계도 맺었다. SK는 두 차례 투자를 통해 2대 주주가 됐으며, 현대차도 올해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또 GM과 상하이차·지리(중국)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후 CEO는 "양산은 협력관계를 맺은 완성차업체와 조인트벤처를 통해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흑연·실리콘 등을 사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정성·성능 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리튬메탈 음극에 이어 전해질까지 고체를 쓰면 전고체 배터리라 불린다. 하지만 SES의 배터리는 겔(Gel)타입의 '솔벤트 인 솔트(염중염매)' 전해질을 채택했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로 분류된다.

후 CEO는 "전고체 배터리가 먼 미래의 배터리라면 SES의 배터리는 지금 기술"이라며 "전 세계에 7~8개의 리튬메탈·전고체 배터리 업체가 있지만, SES가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그래서 SES는 실제 차에 리튬메탈 배터리를 공급하는 첫 번째 업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MIT 출신의 후 CEO는 2012년 SES를 창업했으며, 한국인과 결혼했다.

치차오 후 SES CEO. 사진 SES

Q : 한국에서 개발·생산 계획은
A : 오늘 공개한 배터리보다 성능이 향상된 A 샘플(첫 번째 샘플)을 비롯해 향후 B·C 샘플을 생산할 건데, 파일럿 설비를 한국과 중국에 두려고 한다. 한국은 양극재, 엔지니어링 설비 등에서 훌륭한 업체가 많다. 또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미국으로 조달하기가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최적의 배터리 개발·생산 기지다. 사실, 한 달 전에 한국에 들어와 많은 업체를 만나보며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에서 독자적인 설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연말께 현대차와 함께 개발한 배터리 샘플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1기가와트시(GWh) 정도의 샘플을 생산해 현대차 등과 테스트한 후 2025년 상용화할 것이다. 초기 설비는 10GWh 규모가 될 것이다.


Q :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A : 음극에 리튬메탈이 들어간다. 리튬은 가벼워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쓰기도 있지만, SES처럼 고농도 겔 타입도 있다. 여기엔 분리막도 들어간다. 또 양극은 지금 쓰이는 '하이 니켈'이나 LFP(리튬인산철)를 쓸 수 있다. 그래서 SES의 배터리는 지금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60% 정도 유사하다. 이런 점에서 양산에 가까운 차세대 배터리다. 또 SES가 이번에 제조한 아폴로는 고농도 솔벤트 염재를 사용해 더 안전하며,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터리의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도 적용했다.


Q : 리튬메탈 배터리의 문제점인 '덴드라이트(용융금속이 응고할 때 결정핵에서 생기는 바늘 모양의 결정)' 해결 방안은.
A : 전통적인 접근 방식은 눌러서 벽돌처럼 한다. 하지만 얇게 만들기 어렵고, 결국 구멍이 생겨 덴드라이트는 빠르게 늘어난다. SES는 자체 개발한 용재를 사용해 날카로운 덴드라이트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다. 그러면 덴드라이트가 소프트해지는데, 그 상태에서 눌러준다. 이런 방식이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도 올라간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물론 덴드라이트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다만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Q : 하이브리드 타입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A : 염중염매는 2014년에 나왔다. 리튬메탈 배터리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전해질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Q : 기술 특허는.
A : 리튬메탈 배터리와 관련해 150여 개의 특허가 있다. 음극·전해질에 관련한 특허, 소프트웨어와 셀 디자인 특허 등이다. SES의 직원은 110명인데, 그중 90명이 R&D(연구개발) 인력이다.


Q : 차세대 배터리 제조업체로 퀀텀 스케이프, 솔리드 파워 그리고 SES를 꼽는다. SES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A : SES가 상용화에 가장 가깝다. 다른 곳은 여전히 양산까지 오래 걸릴 것이다. 또 지금 SES의 배터리는 퀀텀 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보다 용량이 100배 정도 높다. 솔리드 파워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사라기보단 소재 업체에 가깝다. 실리콘 소재 쪽으로 가고 있다. 또 '서드파티(외부 기관)'를 통해 데이터를 검증받은 곳은 SES가 최초이며, 단일 셀의 안정성·성능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공개한 곳도 SES가 유일하다.


Q : 전고체 배터리는 언제쯤 상용화될까
A : 많은 업체가 1980년대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그때도 '8년 후' 지금도 '8년 후'를 말하고 있다. 배터리 개발에서 양산까지 10년을 주기라고 할 때 늘 '2단계'에 머물러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SES는 지금 기술이다.


Q : SES의 리튬메탈 배터리 역시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A : 아마 학계에선 새로운 배터리가 나오면 모두 '기다려봐야 한다'고 할 것이다. 실제 차에 넣어서 운행할 때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 또 학계는 덴드라이트 이슈 등 과학적인 해결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산업계는 차세대 배터리를 빨리 만들어 양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SES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리튬메탈 배터리는 R&D 단계에 머물러 있는 '먼 미래'에 가까웠다. 하지만 SES가 이번에 아폴로를 공개하며, 본격적화됐다.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본다. 흥미진진한 경주이며, SES는 경주에서 1등 할 자신이 있다.


Q : 배터리 개발·양산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A : 조만간 IPO를 하고 상장할 예정이다. 기업 가치는 33억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예상되고, 상장을 통해 6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글로벌 완성차업체 상위 10위 중 네곳에서 투자를 유지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완성차업체의 차세대 배터리 투자는 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시계가 빨라졌다. 또 투자 금액도 백만 달러 단위에서 1억 달러 이상으로 커졌다. 완성차업체도 SES의 기술력을 높게 보고 있다.


Q :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한국과 중국이 경합하고 있다. 향후 구도는 어떻게 보나.
A : 향후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과 경제적인 차로 양분될 것이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앞서 있는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와 향후 전고체 등 리튬메탈 배터리가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 것이다. 한편으론 중국이 리더십을 가진 LFP·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경제적인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 테슬라가 LFP로 가겠다고 한 것도 경제적인 전기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SES의 리튬메탈 배터리는 LFP에도 적용할 수 있다.


Q : 배터리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A : MIT에서 박사 과정을 한 2007~2008년은 부시 정부에서 오바마 정부로 넘어가는 때였는데, 이 때 에너지부에서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다. 정부와 산업계의 지원을 통해 대학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며, 이후 MIT의 석·박사 과정 인력이 배터리 스타트업 등으로 진출했다. 나도 그렇게 4년 후 2012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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