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로 소통하는데… 이젠 ‘中유학생 전용’ 강의까지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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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5. 오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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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학업 능력 떨어져 대학마다 관리에 골머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에서는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중국 유학생 전용’ 전공 강의를 두 개(미디어커뮤니케이션조사론, 한류) 개설했다. 중국인 강사가 중국어로 진행하는 이 수업들은 중국 국적의 학생만 수강할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가 서투른 중국 학생들이 일반 전공 강의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자 단과대에서 내놓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현대원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을 위해 특별하게 중국어 전용 수업을 개설하고 중국인 강사 두 명을 채용했다”며 “강사들이 중국 학생을 위한 멘토 역할도 할 수 있길 기대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 학생들 사이에선 “말 안 통하는 중국 애들이랑 같은 수업 들으며 조별 발표 같이 하느라 고생할 일 없어 좋다”는 긍정적 의견과 “한국 대학에 왔으면 한국어 수업에 적응을 해야지” “그 수업 때문에 우리가 피해 본다”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갈렸다.

최근 10년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추이

외국인 유학생들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 입장에선 중요한 수입원이다. 정원 외 선발 인원에 속하기 때문에 인원 제한 없이 무제한 선발 가능하고, 등록금 인상 관련 규제도 받지 않는다. 유치만 하면 등록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작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8년 14만2205명에서 2만4687명 늘었다. 국적의 다양화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 비율이 2018년 48.2%에서 작년 40.4%까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작년 경희대는 전체 유학생 4439명 중 69.2%(3071명)이 중국인이었다.

문제는 한국에서 공부할 준비가 안 된 유학생들까지 무분별하게 입학하면서 유학 온 학생은 물론 다른 한국 학생들, 교수들까지 모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하대 3학년 김모(23)씨는 “작년 수강한 교양 수업에서 중국 친구 두 명과 조별 과제를 함께하게 됐는데, 이 친구들은 영어도, 한국어도 모두 미숙하다 보니 ‘너는 ppt를 담당할래?’ 등의 기본적인 소통조차 모두 번역기를 통해 해야 했다”며 “ppt나 발표를 맡길 수 없으니 기초 조사를 맡겼는데, 중국어로 찾고 번역기를 돌려 전해주니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불법 체류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언어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학생만 선발토록 권고하고 있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입학 시 한국어능력시험(토픽) 3급과 토플 530점이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다. 서울 한 사립대학 국제처장은 “토픽 3급을 딴 유학생조차도 일상생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일 뿐 기초 교양 수업을 따라가는 데에도 역부족”이라며 “대학 재정에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인 유학생을 언어 능력 때문에 내치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했다.

유학생들의 부적응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학들은 해결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국대는 기존에 시범 사업으로 진행했던 ‘외국인 유학생 전공 튜터링’ 제도를 올해 1학기부터 모든 학과에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 학생이 신청하면 한국 학생과 일대일로 매칭해 과제 제출, 조별 과제 수행 등 학업에 도움을 주는 형식이다. 부경대는 기존에 학과별로 모집하던 유학생을 작년부터는 글로벌자율전공학부로만 지원받고 있다. 유학생들만 모아서 1학년 때 한국어 수업, 기초교양 수업을 가르쳐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별 활동 시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을 구분해서 조를 배정하고, 중국인 조는 교실이 아닌 내 연구실에서 별도로 발표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정규 수업 끝나고 유학생들에게 추가 수업을 몇 차례 진행해 이해 못한 부분들을 신경 써 다시 알려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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