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를 미리 파악하여 예방할 수 있을까. 이처럼 꿈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상상력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 작품이 있다. 바로 지난 2002년에 개봉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다.
이 영화는 원래 1956년 공상과학 소설가인 ‘필립 딕(Philip Dick)’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만든 것으로서,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 시스템은 현실에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를 미리 알아내는 장치로서, 영화에서는 ‘프리크라임(pre-crim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도 이처럼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을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이 개발한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Pre-CAS)’이라는 명칭의 이 시스템은 범죄통계나 112신고 같은 치안 데이터와 인구 및 기상 등의 공공데이터를 통합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하여 범죄위험도를 예측한 것이 특징이다.
CCTV 기반 AI 인식시스템으로 국내 범죄예측 역사 열어
국내 범죄예측의 선두주자는 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ETRI는 과거 CCTV를 활용한 AI 인식시스템으로 국내 범죄 예측 시스템 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과거보다 CCTV도 다양한 기능이 적용되면서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관제요원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ETRI의 AI 인식시스템이 도입되면 완전히 독립적인 예측 수단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범죄자 도주 경로를 실시간 알려주는 미국의 ‘DAS 범죄정보 시스템’처럼 빅데이터와 AI가 결합한 범죄예측 시스템 개발이 국내에서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DAS 범죄정보 시스템(Domain Awareness System)’이란 지난 2012년 뉴욕 경찰청이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최첨단 범죄감시 시스템으로서, 빅데이터를 통해 범죄를 막는다는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ETRI의 AI 인식시스템을 더욱 쉽게 이해하려면 약간의 가정이 필요하다. 만약 새벽 1시 으슥한 골목에서 앞서가는 여자를 지속해서 쫓아가는 남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모자로 얼굴을 숨기고 있다면 범죄 확률이 높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 그 지역이 동일 범죄 발생이 많았던 지역이었다면 범죄확률은 더 치솟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환한 대낮인 오후 2시경에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범죄 확률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대별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또는 낮은지를 AI가 판단하여 신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ETRI는 현재 원천기술로 확보한 ‘사람 재식별 기술(Person Re-ID)’을 활용하여 전자발찌 착용자처럼 고위험군 특정인의 경로 분석이 필요할 시, 즉각적으로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범죄 유형을 학습시켜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린 뒤, 오는 2022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판독하는 시스템
경찰청이 최근 공개한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Pre-CAS)’은 ETRI의 CCTV를 활용한 AI 인식시스템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범죄예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도 예측을 위한 분석 데이터 종류로는 크게 치안 데이터와 공공데이터가 있다. 치안 데이터에는 112 신고 건수나 유흥시설 수, 또는 교통사고 건수나 경찰관 숫자 등이 포함된다.
또한 공공데이터에는 해당 지역 인구수나 날씨와 요일, 그리고 실업률 및 고용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건물 노후 정도나 공원 숫자, 관광지 및 소상공인 업소의 숫자 등이 모두 공공데이터에 해당된다.
이처럼 치안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찰청은 Pre-CAS를 개발했다. ‘Pre-CAS(Predictive Crime Risk Analysis System)’는 일정한 구역별로 범죄위험도 등급을 1에서부터 10까지 나눠 2시간 간격으로 표시하도록 설계되었다.
범죄위험도가 높은 장소와 경로는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자동으로 전달하여 범죄취약지에 대한 선제적인 순찰이 가능하다. 일정한 구역이란 10㎢에 해당하는 지역 면적을 가리킨다.
또한, 시간과 장소별로 범죄와 무질서 발생 건수를 예측하여, 경찰관 배치 등을 통해 사전에 대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의 장점이다.
특히 지역의 방범시설 현황과 112 신고내역, 그리고 범죄예방 진단 결과 등을 하나의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 점은 다른 예측분석 시스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범죄위험도가 높지만, CCTV가 부족한 장소나 질서위반 112신고가 많지만, 관리 장소에서 제외된 곳, 또는 순찰이 미흡한 장소의 도출과 같이 세밀하고 심층적인 분석도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청 측의 설명이다.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울산과 경기 북부, 그리고 충남청 등 3개 시·도의 경찰청에서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계획에 대해 살펴보면 경찰청은 범죄예방 및 교통 등 자치경찰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Pre-CAS 같은 첨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현장 지원 역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시·도 경찰청은 경찰청에서 제공한 시스템 활용을 통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안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자치경찰제가 안착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577)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팀은 배터리 양극재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 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 노화를 막는다. 기존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에
/ 극지연구소는 6일 북극 그린란드 눈에 기록된 납 성분이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강현 박사 연구팀은 2017년 그린란드에서 채집한 눈 시료로 북반구 대기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기원지를 추적했다. 2012∼2017년 쌓인 눈의 평균 납 농도는 단위 그램당 10.6 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으로,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2003∼2009년의 평균 21.5 피코그램보다 49%
/ 심장을 기증한 뇌사자에게 심장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합성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심장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사자는 장기를 최대 8개까지 기증할 수 있다. 기증된 장기가 상태가 좋으면 뇌사 판정 후 최장 72시간 내 적출해 이식할 수 있다. 심장의 경우 그때까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면서
/ 공기 중 1천℃의 고온과 강한 자외선이 있는 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도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며 복사 스펙트럼을 제어할 수 있는 내화 전도성 열복사 제어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김종범 박사팀은 6일 란타넘(La)이 도핑된 주석산염(LBSO)을 박막 형태로 제작, 1천℃ 고온과 9MW/㎠ 강한 자외선에도 산화되지 않는 열복사 제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열복사(thermal
/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저강도 LED(발광다이오드) 청색광이 초파리의 RNA 발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청색광이 세포 이하 수준에서 일으키는 변화로 노화 및 생체리듬 관련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세포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화난사범대 왕샤오윈 교수팀은 6일 미 국립과학원(NAS)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서
/ 1억년 이상 전인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된 호박(amber) 속에 있는 모기 화석을 분석한 결과 수컷 모기도 암컷처럼 다른 동물의 피를 빨 수 있는 턱과 빨대의 입 구조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학·고생물학 연구소 및 레바논대학 대니 아자르 박사팀은 5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레바논의 백악기 하부 지층에서
/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냉방 장치 가동으로 생겨나는 온실가스 등 배출량을 2050년까지 60% 이상 줄이자는 원칙에 60개국 이상이 동참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해 “약 63개국이 ‘냉방 연합'(Cool Coalition)의 공약에 지지를 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UNEP는 올해 CO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