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한화테크윈 포함되는지 여부 쟁점 [김승연 회장 ‘취업제한’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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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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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법 논란 김승연 회장 처벌 가능할까

2018년 물적분할… 새로 설립한 회사
김 회장 범행시기엔 한화그룹과 무관

공범 김모씨 2019년 사내이사로 재직
김 회장 급여수령 기간과 겹치면 위법

비상장사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 없어
취업제한과 별개 직책·업무 소명 필요

한화 측 “김 회장 네트워크·경륜 등 필요
불필요한 오해 우려 외부에 공개 안 해”


한화그룹 김승연(69) 회장이 취업제한 기간 한화테크윈에서 ‘50억원대 보수’를 수령한 사실이 위법한지는 한화테크윈이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한화 측은 “법률상 취업제한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선 “한화테크윈은 김 회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기업인 만큼 김 회장의 취업은 신중히 결정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테크윈이 취업제한 대상인지가 쟁점

한화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속 회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가 33.95%의 지분을 갖고 있고, ㈜한화는 김 회장이 22.65%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김 회장→㈜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테크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한화테크윈이 김 회장의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인지를 보려면 취업제한 대상 기업의 범위를 규정해놓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시행령을 살펴봐야 한다. 시행령상 그 범위는 제한적이다.
특경가법 시행령 10조는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입은 기업체’ 등을 취업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화 측은 한화테크윈이 시행령이 규정한 취업제한 대상 기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테크윈이 2015년 6월 삼성에서 인수돼 2018년 물적분할을 통해 한화테크윈으로 새로 설립된 회사라는 점, 김 회장이 처벌받은 배임 등이 실행된 시기(2004∼2006년)에 한화테크윈은 한화와 관련이 없는 회사였다는 점에 근거한 입장이다.

그런데 특경가법 시행령에는 ‘공범이나 범행으로 이득을 본 제3자가 과장급 이상 임직원으로 있는 기업체에도 취직해선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한화테크윈과 이 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김 회장이 처벌받은 범죄의 공범으로 규정된 과장급 이상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선 안 된다는 조항이다.

본지 취재 결과 김 회장이 2011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될 때 공범인 김모씨는 2019년 7월까지 한화테크윈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그렇다면 한화테크윈은 2019년 7월 김씨 퇴직 전까지는 김 회장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이었다. 김 회장과 김씨의 재직 기간이 겹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 외에도 다른 공범이나 제3자가 한화테크윈이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과장급 이상 임직원으로 근무했다면 김 회장은 한화테크윈에서 보수를 받아선 안 된다.
◆공시 안 되는 미등기 임원 취업

김 회장은 2014년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한화와 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취업제한이 해제된 올해 3월, 7년 만에 ㈜한화 등 3개 핵심 기업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그런데 2019년 11월과 작년 3월 공시된 한화테크윈 감사보고서상 임원 보수 내역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2018년 주요 경영진에 대해 총 4억34만원의 단기급여를 줬지만, 2019년에는 5억5446만원, 2020년에는 8억350만원을 지급했다. 각각 1억5412만원, 2억4904만원 정도만 증가했다. 작년에 기타 급여 항목이 생기면서 5억6600만원이 추가 지급됐지만, 김 회장이 받은 보수에는 한참 못 미친다.
김 회장의 급여 수령이 베일에 가려진 것은 한화테크윈이 비상장사여서 그런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비상장사는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엔 연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직원의 급여 정보를 담아야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이 비상장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를 받았기 때문에 연간 18억∼36억원씩 받으면서도 사회적 논란은 물론 법적 시비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직후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경영 복귀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불필요한 오해 등을 감안해 외부에 알리지 않고 실질적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 회장이 복귀하기 전인 2019∼2020년 한화테크윈에서 어떤 직책과 업무를 수행했는지도 중요하다. 김 회장이 한화테크윈에서 업무를 보지 않고 보수를 받았다면 특경가법상 횡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화, “법률상 취업제한 규정 위배 아냐”

한화 측은 김 회장이 한화테크윈에 취업한 것과 관련, “테크윈은 한화그룹 계열사 중 해외법인이 가장 많은 회사로서 2019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김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다양한 해외사업 경험과 역량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또 “2019년 당시 테크윈 사내에 구조조정 우려 등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과 동요가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김승연 회장의 위촉이 필요했다”며 “김 회장 위촉 후 미주지역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한화테크윈에서 수행한 김 회장의 역할과 관련, “전략 및 해외사업 담당을 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며 “전략 및 해외 사업 담당을 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는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김연철 대표이사가 있는 상황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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