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도 산하기관, 정관 바꿔 뇌물전력 전직경찰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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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22. 오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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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취임 후 설립된 경상원
정관 바꿔 없던 상임이사직 만들어
도의회 행정감사도 ‘깜깜이’ 채용 비판
2019년 10월 28일 개최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개원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 정관을 바꿔 상임이사직을 만든 뒤 그 자리에 뇌물 비리 실형 전력이 있는 경찰 간부 출신을 앉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원은 경기도의회 보고나 협의 없이 채용을 진행했다가 행정감사에서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 측은 “정상적 절차를 거친 인사”라고 해명했다.

경상원은 지난해 11월 경찰 경무관 출신 A씨를 상임이사에 선임했다. 문제는 경상원이 상임이사직을 같은 해 8월에 신설하면서 도의회도 모르게 절차를 진행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경상원 소관 상임위인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에서 “8월 정관 개정으로 상임이사를 선정하면서 이행 절차에 관해서 사전 도의회에 업무보고 및 의사소통 개진이 전혀 없었다”고 명기했다.

‘이재명표 1호 공공기관’으로 불리는 경상원은 전통시장·소상공인 지원 및 경기 지역화폐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2019년 9월 출범했다. 경기도는 올해 261억여원, 지난해 300억여원의 출자금을 경상원에 지원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1월 9일 진행한 행정사무감사 현장에서도 ‘깜깜이’ 채용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순 도의원이 “중대한 사안 결정을 전혀 업무보고도 없이 진행했다”고 비판하자, 이홍우 경상원장은 “깊이 헤아리지 못해 유감”이라고 답변했다.

민주당 이은주 경제노동위원장도 “오늘 감사 중에 조직 기구표에 없는 상임이사 선임에 관련해서 알게 됐다”며 “이 분 ‘페이’가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이 원장이 “1억2000만원”이라고 하자, 이 위원장은 “박탈감이 생긴다. 성과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자꾸 자리만 마련해서 1억2000(만원)이라는 혈세를 쓰나”고 비판했다. A씨는 행정감사 하루 뒤인 11월 10일 이재명 지사에게 직접 상임이사 임명장을 받았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22일 “경기도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업무가 점점 늘면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줄 임원이 필요했다”며 “당시 도의회 측과 정상적인 협의를 거쳤는데, 이런 사실을 몰랐던 위원장 등이 지적한 부분이 회의록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경무관이던 2012년 4월 한 기업가에게 현금과 향응 등 41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13년 7월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후 A씨는 2015년 7월부터 2년가량 스마트카드 IC 제조와 지역화폐 플랫폼 서비스 등을 하는 코나아이에서 해외법인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코나아이는 2019년부터 경기도 지역화폐 운영사로 선정됐다.

A씨가 상임이사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상원이 지난해 9월 낸 상임이사 모집공고에는 ‘소상공인·전통시장 등 정책제언 제시와 전략적 사고능력을 갖춘 전문가’ ‘윤리의식, 고객중심·경영혁신 마인드 보유자’를 자격요건으로 내걸었다. 경찰 경력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비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A씨가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경기도 출연금을 받는 업체의 고위 임원 출신을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공공기관 임원에 선임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 신정현 도의원은 지난 4월 14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A씨와 관련해 “코나아이의 최고경영자에 가까운 사람이 코나아이를 지휘·감독해야 할 경상원의 상임이사로 들어갔다. 심각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과거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취업제한 기간(5년)이 지나 채용에 문제가 없고, 성남시와 경기도 관련 여러 사업을 같이 했기 때문에 이해도도 높다”며 “취임 이후에도 업무능력 면에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원 측도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나름 면접 준비를 많이 해 여러 명의 면접자 중에 선임됐다. 자격미달인 사람이 무리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업무 수행을 하면서도 코나아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거나 한 적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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