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산부인과 없는 지방…저출산 기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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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06. 오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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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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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평창 등 지자체 16곳
두 과목 진료병원 전무
인근도시로 '출장 출산'

대도시와 의료 불평등 심화


강원도 평창에 거주하는 임신부 A씨는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현재 거주 중인 평창군에는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그나마 가까운 충북 제천에 있는 산부인과로 '출장 진료'를 다니고 있다"며 "앞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할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출산 심화로 인해 소아과·산부인과 폐업이 이어지는 등 출산·육아를 위한 의료 인프라스트럭처 부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 인프라 부족에 따른 제약이 출산 의욕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지방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비해 인구도 적고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중 해당 두 과목의 진료를 볼 수 없는 곳은 전국에 무려 1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는 지자체는 경북 군위·청송·영양·봉화·울릉군, 강원 평창·화천·고성·양양군, 전북 무주·장수·임실군, 전남 곡성·구례군, 경남 하동·산청군 등 16곳으로 집계됐다.

소아과는 있지만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도 모두 지방에 집중됐다. 강원 횡성·정선군, 충남 태안군, 전남 영암군, 경북 고령군, 경남 의령군 등 6곳에 달했다. 산부인과는 있지만 소아과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는 경기 연천군, 충북 괴산군, 전남 함평·신안군 등 4곳으로 파악됐다.

반면 수도권의 산부인과·소아과 인프라는 과포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는 산부인과가 64개, 소아과가 41개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경기 부천시는 산부인과 33개·소아과 57개, 대구 달서구는 산부인과 30개·소아과 50개, 서울 송파구는 산부인과 31개·소아과 43개 등으로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소아과·산부인과의 진료 공백 배경에는 출산율 저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출산율이 비교적 낮은 지방 지자체에서는 산부인과·소아과 폐업으로 인해 병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송 의원에 따르면 2017년에서 올해 8월까지 약 4년8개월간 소아과는 연평균 132개, 산부인과는 연평균 55개가 폐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산부인과·소아과 의료 공백이 역으로 저출산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출산·육아를 위한 인프라까지 부족해지면서 출산에 대한 유인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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