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21일 국제 기후행동 주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행진을 마친 뒤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뜻을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다. 겨울이면 “이렇게 추운데 무슨 지구온난화란 말입니까?”라며 기후위기를 부정했던 바보들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한파가 온다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북극 빙하가 사라져 따뜻해진 공기가 제트기류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 같은 중위도권에 밀어닥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멀게, 그리고 뿌옇게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유럽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다가올 세계 공통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 위원회를 만들었고, 그린뉴딜 구상도 발표했다. 상당수 언론사들이 ‘기후위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같은 기후 관련 국제기구들의 움직임을 기사로 쏟아낸다. 10년 전, 아니 5년 전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민감도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런데 공허하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연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이뤄야 한다는 ‘지당하신 말씀’만이 메아리친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 잡을 수 없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고,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숱한 질문이 쏟아지지만,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사IN〉은 논의를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리서치와 손잡고 대규모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라는 당위를 강조하기보다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디스토피아 공포를 자극하기보다 희망의 근거를 찾고자 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꺼이 변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물어야 할 것,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기에 일반 여론조사로는 불가능했다. 추리고 추린 질문 문항이 290여 개에 달했다.

이처럼 방대한 설문은 한국리서치가 확보한 온라인 웹조사 패널 72만명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온라인 응답자들은 문항이 방대해지더라도 응답률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인구비례에 맞춰 4154명에게 조사 요청을 보냈고, 이 가운데 1251명이 참여했다. 참여자 가운데 251명이 중도에 포기했고, 1000명이 최종 응답했다. 조사 요청 대비 24.1%가 참여했고, 참여자 가운데 80.0%가 설문 응답을 완료했다. 우리는 이번 기획을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라고 이름 붙였다.

웹조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기후위기가 나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답변이 64.5%로 과반을 훨씬 넘었다. 주거·부동산(74.9%)과 일자리·고용(70.5%)보다 낮지만 복지·분배(62.8%)나 양성평등(38.2%)보다 높았다(〈그림 1〉 참조).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복지·분배와 비슷한 ‘나의 일’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기후위기가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라야 한)다’라는 질문에는 43.3%가 동의했다. ‘나의 일’과 ‘최우선 정책’ 사이에 20%포인트 넘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첫 번째로 발 디딘 현실이다.

기후위기는 ‘인간 활동 탓’ 응답이 86.7%

인식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기후위기 원인에 대한 응답이었다. ‘인간 활동 영향’이라는 답변이 86.7%를 차지했다. 태양 활동 등 자연적인 영향이라는 답변은 9.6%에 불과했다(〈그림 2〉). 이 수치는 매우 중요하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 탓인지 자연현상인지를 두고 오랜 세월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학자들이 최근까지도 ‘지구온난화는 자연현상이며 기후위기 공포가 조작됐다’라는 주장을 담아 책과 유튜브 방송을 만들곤 했다. 주로 보수 성향 언론과 유튜브 채널들이 이런 내용에 무게를 실으면서 기후위기 이슈를 이념 논쟁처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주장은 대중적 지지를 잃었다. 그것도 완전히!

기후위기가 ‘인간 활동 탓’임을 압도적으로 승인한 응답자들은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라는 진술에도 61%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2.3%였다.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맞선 한국 사회의 이념 지형을 뛰어넘는 동의 수치다. 기후위기에 관한 한 자본주의는 실패한 시스템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10년 전에 비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82.0%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매우 높아졌다’도 32.5%였다.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관련 지식도 갖추고 있을까. 우리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용어에 대한 인지도를 물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93.5%,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66.6%가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기후변화협약(UNFCCC)은 50.2%,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43.2%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그림 3〉). 언뜻 이 수치는 높아 보인다. 그런데 ‘용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로 대상을 좁히자 탄소중립은 19.7%, IPCC는 겨우 8.3%로 나타났다. 2021년 8월 IPCC가 6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관련 기사가 주요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던 점을 떠올리면 이 또한 간극이 작지 않다.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미디어와 시민단체의 접근법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위기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간극이 나타났다.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문항엔 전체 응답자의 88.6%가 동의했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6.3%였다. 성별·세대별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남성(20.3%)보다 여성(32.3%)이 더욱 높았다(〈그림 4〉).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기후위기에 더욱 민감했다. 그중에서도 ‘20대’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20대 여성 가운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비율이 43.1%인 데 비해 20대 남성의 그것은 15.4%였다. 20대 남녀 사이의 이런 격차는 거의 모든 문항에서 어김없이 드러났다. 기후위기 이슈에서조차 이른바 20대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리는 세대와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를 후속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이 기사의 본론은 지금부터다. 지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는 해법이고, 그 핵심은 에너지다. 석탄발전, 원자력발전(원전), 재생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그림 5〉). 우선 석탄발전 중단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74.6%였다. 3분의 2가 넘는다.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생기더라도 탈석탄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재차 물었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68.9%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3.3%, 모르겠다는 7.8%였다. ‘석탄발전소 퇴출’에 관한 한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탈석탄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론이 갈린다. 화력발전에 비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원전 때문이다. 국내에서 원전 반대 여론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증했다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 대다수 여론조사에서는 ‘원전 계속 가동’이 ‘탈원전’보다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원전 계속 가동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64.8%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7.3%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다음 질문이다.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라는 문항에 응답자 68.5%가 동의했다. 앞의 ‘원전 계속 가동’에 동의한 응답자 중 상당수가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라는 선택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다. 지금 당장은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원전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 도입이 가시화되면 ‘탈원전’ 여론이 반등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탈원전이냐, 계속 가동이냐’라는 이분법적 질문으로는 포착하지 못했던 흐름이다.

기후위기 해결에 기꺼이 지갑을 열까?

원전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를 채택하는 데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결국 돈이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재생에너지 도입에 큰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적이라고 생각한 질문 두 개를 던졌다(〈그림 6〉).

첫째, 재생에너지 도입으로 10년 내 전기료가 두 배 이상 올라도 감수할 수 있을까. 둘째,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내가 사는 동네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괜찮을까. ‘나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 도입에 손을 들어줄 응답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기료 두 배 인상’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48.4%, 동의하지 않는다가 45.4%였다(모르겠다 6.2%). 오차범위 내지만, 동의 응답이 더 높았다. 이 결과가 왜 놀라운가. 2020년 11월 KBS 여론조사를 보자. 당시 응답자 약 72%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요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런데 전체 응답자 과반이 월 1만원까지만 요금 인상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1만5000~2만원 응답자는 10% 남짓이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요금 인상 선택지가 월 2만원까지여서 수용 여론이 높게 나왔을 것이라며 이를 ‘KBS의 꼼수 설문’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허들’을 아예 높게 잡았다. ‘10년 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해도 ‘전기료 두 배 인상’은 선뜻 응답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현재 4인 가구당 월평균 전기료가 약 5만5000원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응답자 절반이 동의했다.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우리 동네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괜찮다고 답한 이들도 61.2%나 됐다. 이 문항에서 흥미로운 점은 4050 남성의 ‘약진’이다. 40대 남성의 74.3%, 50대 남성의 66.9%가 평균보다 높게 ‘괜찮다’라고 답했다. 전기료 두 배 인상 항목에도 50대 남성(56%)이 가장 많이 동의했다. 4050은 현재 인구구조에서 가장 두꺼운 경제활동 층이다. 이들이 기후위기 이슈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재산상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엔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기후위기가 난제인 까닭은 전 세계가 서로 불균등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같은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은 한국이나 중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한다. ‘후발 추격국’들은 서구 국가들이 과거 탄소배출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놓고 자신들에게만 무리한 규제를 강요한다고 반발한다. 그동안 숱한 국제협약이 맺어졌지만 이런 이유로 실질적 성과를 맺기 어려웠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난맥상이 미묘하게 드러난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국가와 집단별로 물은 결과 중국(93.3%), 미국(84.7%), OECD 선진 국가(84.6%), 중동 산유국(84.1%) 순서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후발 국가(39.6%)의 책임을 가장 낮게 보았고, 한국(64.1%)은 전 세계 시민 개개인(64.7%)보다 낮았다(〈그림 7〉).

기후위기 해결 비용분담 방식에서도 ‘현재 국가별 연간 탄소배출량 규모에 따라’ 응답이 31.5%로 가장 높았다. 국가별 탄소배출량 1, 2위는 중국과 미국이다. ‘과거부터 국가별 누적 탄소배출 누적량이 큰 순서에 따라’가 24.5%로 뒤를 이었고, 1인당 탄소배출량이 큰 순서로 분담하자는 응답은 18.2%로 가장 낮았다(〈그림 8〉). 사단법인 기후행동변화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3위였고, 2030년에는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국내에서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떨까. 대기업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8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치권(74.2%), 중소기업(66.4%), 정부(64.8%) 순이었다. 한국 국민 개개인이나 ‘나 자신’이라는 응답은 각각 54.9%, 44.4%였다(〈그림 9〉).

대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결과는, 그들을 응징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응답자들은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에게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라는 진술에 84.5%가 동의했다. 그러나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질문에는 없음/모름(76.3%)이 압도적이었다. 없음/모름에 이어 삼성(7.3%) 유한양행(5.0%) SK(1.4%)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10〉). 최근 국내 기업들이 저마다 ‘ESG 경영(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환경 등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을 내세우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체감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기후위기 해결 ‘실천’에서는 온도차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다. ‘우리’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결과는 〈그림 12〉와 같다. ‘일회용품 줄이기(84.1%)’가 가장 응답률 높은 실천 방식이었다. 그다음으로 줄여야 하는 것으로는 ‘자동차 이용(74.7%)’ ‘배달음식(65.8%)’ 등이었다. 반면 일회용품과 배달음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각각 15.9%, 34.2%로 나타났다.

‘육식을 줄여나가고 있다’라는 응답은 44.5%였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가축 사육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규모가 모든 교통수단에서 배출하는 양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나다. 혹시 응답자들이 이런 상황에 대한 경각심에서 ‘육식을 줄여나가고 있다’라고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응답자들에게 보기를 주고, 해당하는 것을 모두 선택해달라고 했다. 육식을 줄이는 목적 가운데서 가장 많은 응답은 ‘건강관리(66.1%)’였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41.1%)은 그다음이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23.3%)이나 경제적 문제(18.1%)라는 답변도 나왔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육식을 줄이는 이들을 전체 응답자(1000명) 대비로 보면 17.9%다.

기후위기는 개개인마다 민감도가 뚜렷이 갈리는 의제다. 타고난 식습관까지 바꿔가며 실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회용품 줄이기조차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들 집단 간 ‘격차’가 벌어질 경우 언젠가 사회적 갈등이 싹틀지도 모른다.

외국에서는 이미 기후우울(climate grief), 생태불안(eco anxiety)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는 일종의 테스트 문항을 만들었다. 그 결과가 〈그림 13〉이다. 동물 멸종(73.7%)에 대한 염려가 가장 높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데 따른 죄책감(50.5%)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후 우울증·분노를 느낀다(29.4%)라는 답변도 실제로 꽤 나왔다.

눈여겨본 것은 ‘기후위기 때문에 자녀를 출산하지 않겠다’(15.8%)라는 응답자들이다. 20대 남성은 9.9%에 불과한 데 비해 20대 여성은 33.5%나 됐다. 차이가 3배를 넘는다. 30대 남성(22.9%)과 30대 여성(24.3%)의 응답도 평균보다 높았다. 이들의 응답을 보면 기후위기가, 전 세계 꼴찌인 한국의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후위기를 국가 최고 의제로 끌어올릴 명분이 될 만하다.

기후위기가 국정 운영에서 최고 의제가 되려면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기후위기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무게감과 현실성이 있는 공약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앞서 밝혔듯 후속기사에서 세대와 성별에 따른 기후위기 인식 분석과 함께 정치권의 대응을 살피는 기사를 다룰 예정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 가지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 이슈를 매우 중시하는 유권자 집단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두 가지 문항을 제시했다(〈그림 14〉). 첫째, ‘나는 대선에서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다.’ 둘째, ‘나에게는 이번 대선에서 다른 어떤 공약보다 기후위기 공약이 중요하다.’ 각각 38.8%, 36.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한국 정치 지형을 바꿀 ‘기후정치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아니면 늘 그랬듯이 기존 체제로 흡수될까. 정치권의 응답에 달렸다.

기자명 이오성·김다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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