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출 중단 갈수록 늘어 지역농협·저축銀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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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22. 오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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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준·비조합원 일시 정지
저축銀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


◆ 은행 대출중단 후폭풍 ◆

농협중앙회 산하 상호금융사인 전국 지역농협이 비조합원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할 전망이다. 저축은행도 은행처럼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지난주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까지 대출 중단에 속속 동참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농협중앙회에 전국 지역농협에서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에게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는 금융당국 요청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을 이르면 23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지역농협 대출은 조합원 28.6%, 준조합원 31.5%, 비조합원 38.9% 등으로 준·비조합원 대출이 조합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최근 지역농협 대출 증가는 대부분 준·비조합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는 앞서 금융당국에 조합원 여부와 상관없이 신규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현재 60%인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논의한 결과 이것만으로는 대출 확산세를 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은 농업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준조합원은 농업협동조합법 지역농협 정관에 따라 지역농협이 위치한 지역에 거주지를 등록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준·비조합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올해 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났고 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7월 누적 600억원에서 올해 1~7월 10조1900억원으로 무려 170배 늘어났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례에서 비조합원들이 단위농협에서 대거 부동산 대출을 받은 것이 드러나며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은행권에 이어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이같이 당부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은행권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기로 한 마당에 저축은행도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따라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회원사와 협의하고 곧 확정 지을 계획이다.

[윤원섭 기자]

국민·신한銀 대출한도 여유 있지만…가수요 급증땐 안심 못해

이사철 앞두고 대출절벽 사태오나…실수요자 불안불안

올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금융당국, 5~6%로 억제 주문
농협은행 7.3%로 기준 넘어

어설픈 총량규제 부작용 심각
투기수요 가려내 차단할 필요
"대출 실수요자 피해는 막아야"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가계대출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건물에 농협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금지`라는 푯말이 눈에 띈다. [한주형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A씨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고민이 많다. 집주인과 전세계약 갱신을 논의해야 할 시점인데 주거래은행이 전세자금 신규 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주변 전세 시세가 워낙 많이 올라 2억원 정도 추가 대출이 필요할 것 같다"며 "보증금을 올려주고 전세 연장을 하기로 했다가 막상 대출이 안 나오면 어찌해야 할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B씨는 2019년 전세를 끼고 경기도권 아파트를 매수했다. 올해 말 임차인 전세 기간이 만료되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예비 신부와 함께 들어가 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혼집에 들어가 살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B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 원래 살고 싶었던 지역을 포기하고 가진 돈에 맞춰 구한 집인데 또 정부 정책 때문에 못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한 은행이 나오는 한편 다른 은행들도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대출절벽'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 여파로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매수자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대출까지 제한되면서 당장 가을 이사철을 앞둔 실수요자들이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애꿎은 대출 실수요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주택대출 총량 규제보다는 금리 조정과 맞춤형 대책 등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국내 주요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총잔액은 695조7084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 잔액인 670조1539억원보다 약 3.8%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이 5~6%(우량 여신은 5%, 중저신용자 대출 포함 6%)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작년 말보다 7.3% 증가해 이미 금융당국의 연간 기준치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말부터 은행들로부터 월간 대출 관리 계획과 이전 계획의 이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는 연말연초에만 보고했으나 올해 5월부터는 보고 주기가 매월로 짧아졌다"고 전했다.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에서 1주택자와 무주택자는 보호해준다고 했는데, 전세자금대출까지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비난 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는커녕 대출 규제로 '사다리 차기'만 하는 것 아니냐" "월 소득만큼 월세를 내든가, 제2금융권으로 가서 돈을 빌려야 하느냐" 등 걱정과 분노를 토로했다.

은행권에서는 농협·우리 등 일부 은행이 신규 대출을 중단함에 따라 대출을 받으려던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리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출을 중단한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던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해지고 '대출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미리 대출받자'는 가수요까지 더해지면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가계대출 수요를 줄여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풀지 않고 은행에 무턱대고 대출을 해주지 말라고 하니 부작용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말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연쇄적으로 중단했던 것처럼 농협·우리 외 은행들도 대출상담사 모집대출 중단, 비대면 대출 중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출을 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당장 대출을 막아버리면 무주택자를 포함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급하게 자금이 필요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라는 큰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는 총량 규제라는 거친 방식보다는 미세조정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총량 규제보다는 금리 조정이 가계대출 관리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신용도가 높고 소득이 많은 실수요자까지 일괄적으로 대출을 금지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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