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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하려면 | 생계형 점주에 ‘마구잡이 출점’ 근절하고 경영 역량 검증된 메가 프랜차이지(투자형 다점포 점주) 육성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20.08.18 11:25:32
매경이코노미가 지난 2014년부터 7년간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80여곳의 다점포율을 조사한 결과, 다점포율이 꾸준히 높게 나타난 브랜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미국계 프랜차이즈가 많다는 것. 피자헛, 도미노피자, 써브웨이, 양키캔들이 대표적이다. 맥도날드도 지난 2016년 가맹 사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다점포율이 70%에 달해 당시 조사한 브랜드 중 가장 높았다. 이유가 있다. 출점 기회가 생겼을 때 신규 점주 대신 인근의 기존 점주에게 먼저 제안을 하거나, 다점포 출점을 장려하는 정책 또는 문화 때문이다. 다점포 점주는 이미 수개월에 걸친 심층 교육을 이수했고, 실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만큼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와 노하우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 시장의 폐업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다점포 점주 중심 가맹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랜차이즈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다점포 경영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전문매체 ‘프랜데이터(frandata)’가 매년 주최하는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Multi-Unit Franchising Conference)’.

프랜차이즈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다점포 경영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전문매체 ‘프랜데이터(frandata)’가 매년 주최하는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Multi-Unit Franchising Conference)’.



▶美 프랜차이즈, 다점포 위주 출점

▷“맥도날드 점주, 평균 25개점 운영”

“출점할 입지가 확보되면 기존 점주나 직원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 먼저 공지를 해서 신청을 받습니다. 물론 신규 점주도 모집하지만, 아무래도 기존점을 운영해본 점주나 직원에게 더 점수를 주게 됩니다. 저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와 운영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죠. 실제 매장 성과를 보면 다점포 점주 운영 실적이 확연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선종호 피자헛 베스트 슈퍼바이저의 말이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피자헛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직원으로 입사한 ‘피자헛맨’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피자헛과 함께했다. 피자헛에는 그와 같은 점주나 직원이 꽤 흔하다. 서울 강북에서 피자헛 4개를 운영하는 한 다점포 점주도 매장 직원부터 시작했다. 이처럼 브랜드 이해도가 높은 점주들이 많다 보니 피자헛은 슈퍼바이저를 베테랑급 직원이 맡는다. 신참 직원을 보내면 점주보다 잘 모른다고 혼나고 돌아오기 일쑤여서다. 이 같은 메가 프랜차이지(투자형 다점포 점주) 육성 정책 덕분에 피자헛 폐점률은 2% 이하로 업계 최저 수준을 자랑한다(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다점포 경영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미국 전역 다점포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계간지가 나오는가 하면 매년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MUFC)’도 열린다. 프랜차이즈 전문매체 ‘프랜데이터(frandata)’는 메가 프랜차이지 중 가장 많은 다점포를 운영하는 순으로 ‘메가 99 랭킹’도 매년 발표한다. 프랜데이터는 “만일 당신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하고 다양화하려거든 메가 프랜차이지들이 어떤 브랜드를 추가 출점했는지 살펴보라(If you`re looking to expand and diversify your own franchise empire, study what the ‘big guys’ are buying)”고 조언한다.

미국 프랜차이즈 온라인 매거진 ‘Fra

nchiseMoneyMaker.com’ 설립자인 게리 오치오그로소는 지난해 3월 포브스에 기고한 ‘다점포 다브랜드 경영이 외식 프랜차이징의 미래인가?(Is Multi Unit, Multi Brand Ownership The Future Of Restaurant Franchis

ing?)’ 칼럼에서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사를 크게 3단계로 구분했다.

먼저 ‘제1의 물결’은 1960년대 초반 가게 한 곳을 운영하는 일반 생계형 가맹점주의 시대다. 이때는 “미국에서 자영업자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는 진입점(entry point)이었다”는 설명이다. ‘제2의 물결’인 1980~1990년대는 1개점을 성공시킨 점주들이 추가 출점에 나서 3~5개점을 운영하는 다점포 경영(multi-unit ownership)의 시대다. 경영을 전문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 이들은 특정 지역에서 수백 개 다점포를 운영하는 ‘기업형 점주(corporate franchisee)’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선 ‘제3의 물결’이 시작됐다. 기존 브랜드 외에 다양한 브랜드로 다점포를 운영하는 ‘다브랜드 경영(owning multiple units of various brands)’의 시대가 시작됐다.

“다브랜드 경영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현재 2~3개 혹은 그 이상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한다. 사모펀드는 프랜차이즈 본부뿐 아니라 메가 프랜차이지도 인수·투자 대상으로 삼게 됐다. 이들은 검증된 시스템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내 매장 수를 늘려 수백만 달러 수익을 창출하는 등 예측 가능한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다점포·다브랜드 점주의 경우, 그들이 운영하는 점포 수는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가 운영하는 점포 수를 넘어서기도 한다. 다브랜드 경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게리 오치오그로소의 생각이다.

▶메가 프랜차이지 육성 정책 필요

▷고용 창출, 자영업 인재사관학교 역할

메가 프랜차이지는 고용 창출의 보고(寶庫)이자 ‘자영업 인재사관학교’ 역할도 한다.

일례로 미국 최대 메가 프랜차이지 ‘NPC인터내셔널’은 최근 파산 신청을 하기 전까지 미국 전역에서 피자헛 가맹점 약 1500개를 운영하며 3만7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직원은 일정 기간 경력을 채우면 해당 점포 매니저, 6개 피자헛 매장 관리자, 30개 피자헛 매장 관리자 순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자리 잡은 다점포 경영 기업 커챌린지매니지먼트의 그렉 커챌린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프랜차이즈 본부로부터는 아무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직원 고용 안정에 최선을 다했다. 도미노피자 등 10여개 브랜드로 다점포를 운영하는 커챌린지매니지먼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도시 봉쇄(shut down)로 홀 영업 위주 매장에서는 매출이 90% 감소했다. 이로 인해 350명의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커챌린지 대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계속 내주고 있다. 포장 위주로 영업해 매출이 거의 줄지 않은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매장에서는 직원을 모두 유지했다.

국내 다점포 점주들도 추가 출점 시 기존점 직원을 신규점 점장으로 승진 발령하거나, 공동 창업을 통해 ‘주주 직원’이 되게 한 뒤 원할 경우 독립 창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경우가 적잖다. 일본에서 ‘장사의 신’으로 유명한 우노 다카시 또한 자신이 개발한 수십 개 식당에서 직원들을 ‘제자’로 삼아 가르친 뒤, 경영 역량이 쌓이면 개인 창업을 독려한다. 영세한 산업 특성상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운 외식업계에서 다점포 경영은 우수 인재를 자생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본부가 경영 능력이 검증된 다점포 점주 중심으로 가맹점을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이수범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미국은 맥도날드 점주가 평균 25개씩 다점포를 운영한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무 점주에게나 가맹점을 내주면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고 브랜드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본부들이 단기적 확장에 몰두하다 보니 마구잡이로 출점시켜 점주와 브랜드, 고객 모두에게 안 좋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식의 다점포 점주 중심 가맹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2호 (2020.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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