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GM "전기차 충전소 4만대 짓겠다"…막오른 충전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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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9. 오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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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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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트 충전소. /사진=현대자동차. 뉴스1.

글로벌 완성차업계간 전기차 경쟁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기 충전소로 전장이 확대됐다. 고속 충전 네트워크로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폭스바겐과 GM 등이 충전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도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전기 충전·에너지 부문인 '엘리'의 인력을 내년부터 현재 규모의 2배인 약 3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미 해당 부문 인력을 올해 초보다 3배 가까이 늘린 데 이어 추가 인력 확충을 결정했다.

엘케 템므 엘리 CEO(최고경영자)는 "당장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엄청난 성장을 보이는 영역에 투자해야 한다"며 "포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판매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를 비롯해 전력 공급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엘리는 테슬라의 '파워월'과 유사한 가정용 전력장치를 판매 중이다.

폭스바겐의 이번 조치는 업계 선두 테슬라 추격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15분에 주행거리 200㎞ 충전이 가능한 '슈퍼차저' 고속충전소를 통해 발빠르게 전기차 글로벌 시장 1위를 다졌다.

테슬라가 현재 전 세계에 운영하는 수퍼차저 충전소는 3000곳, 고속충전기는 3만개가 넘는다. 한국에도 슈퍼차저 충전소 30여곳이 운영 중이다. 완속 충전시설인 데스티네이션은 200여곳에 달한다. 테슬라는 향후 2년간 글로벌 고속충전소 규모를 3배로 늘릴 예정이다.

테슬라에 맞서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충전기 개수를 4만5000개로 4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유럽에 1만8000개, 중국에 1만7000개, 북미지역에 1만여개로 확대, 테슬라와 달리 폭스바겐 차량이 아니라도 충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GM도 지난달 미국 전역에 총 4만개의 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경쟁이 충전소 경쟁으로 이어지는 데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효과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전기차 시장을 내줄 수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충전소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75억달러(약 8조445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25만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2025년까지 충전소가 아닌 충전기를 5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 한참 못미치는 숫자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에서 고속충전소인 'E-pit'(이피트)를 고속도로에 12개, 시내에 3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시내 5곳을 추가해 총 20개의 고속충전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피트는 충전소당 고속충전기가 6개로 연말까지 고속 충전소 20곳을 다 지어도 총 120개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의 4만5000개, GM의 4만개는 물론, 이미 3000개를 갖춘 테슬라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현대차그룹은 충전소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증설 목표 수량이나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발표한 적이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은 국제 표준을 따라가고 있다"며 "유럽과 북미에서 '아이오니티' 등의 현지 충전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와 충전소는 바늘과 실의 관계"라며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전기차 전환에 나서지 않고 결국 (국가·기업의) 전기차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민간에서 비즈니스모델을 갖춰야 한다"며 "현대차의 전기차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시너지를 내기 위해 충전 인프라와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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