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대학원 비인기학과 정원 줄이고 이공계 등 인기학과에 그만큼 늘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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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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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율 낮은 학과 정원 10% 회수
지원자 많거나 신설학과 등에 배정
수요 따라 정원 관리… 2023년 시행
인문-자연대 “비인기 낙인 우려”
서울대가 대학원의 비인기 학과 정원을 줄이고 인기 학과의 정원을 그만큼 늘리는 내용의 새로운 정원 관리 지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이공계열 주요 학과 교수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문계열과 기초과학계열 학과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대학원 정원 관리 개선 방안’ 문건에 따르면 서울대는 직전 3년간 평균 지원율이 정원 대비 85% 미만인 학과에 대해 정원 10%를 회수하기로 했다. 회수한 정원은 지원자가 많은 학과나 전문대학원, 신설 학과 등에 배정된다. 정원이 줄어든 학과의 지원자가 추후 정원의 100%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빼앗겼던 정원 수만큼 우선적으로 재배정받을 수 있다. 이 방침은 지난달 학사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됐으며 2023학년도부터 시행된다.

서울대는 교육부가 지정한 대학원 정원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학문적 수요에 맞게 학과별 정원을 유연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대학원은 전체 모집 인원 대비 지원율이 100%를 넘지만 지원자가 정원에 못 미치는 학과가 적지 않다. 서울대에 따르면 2021학년도까지 3개년 평균 지원 비율이 정원의 85%에 못 미친 학과는 석사과정 117개 중 30개, 박사과정 119개 중 40개에 이른다. 전체 학과의 29.6%가 정원 감축 대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교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열 주요 학과 등은 반사이익을 보겠지만 취업과 상대적으로 무관한 인문계열 및 순수과학계열 학과들은 정원을 내놓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인문대 A 교수는 “사회의 수요가 변하더라도 인문학이나 순수과학 연구의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연대 대학원생 김모 씨(25)는 “대학원생 정원이 줄면 대학원생들의 잠재적 일자리인 교수 정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학교가 공식적으로 비인기 학과 낙인을 찍게 되면 누가 지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농업생명과학대 B 교수는 “지원율이 미달되던 학과가 이듬해 갑자기 지원율이 크게 늘어날 리는 없다. 지원율을 회복하면 정원을 돌려받게 되니 미달된 다른 학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협의회 이사는 “융복합 학문이 주목을 받으면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다시 부상하기 때문에 정원 감축도 일시적 현상일 것이다. 학문에도 트렌드가 있어 학과별 정원을 고수하기보다 전체 정원의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본부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교수 사회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공계열의 C 교수는 “공대도 지원율이 미달되는 실험실이 많다”며 “기존에는 교수들이 학생의 지원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적극 홍보도 하고 다른 대학 학생도 끌어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단과대 학장은 “최근 신설된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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