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美·인도·러·日 ‘원전 확대해 탄소저감’ 문서에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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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05. 오전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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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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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협약에 ‘2030 NDC’ 보고서 제출… 한국은 원전내용 모두 빼
11월 2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AFP 연합뉴스

중국과 미국·인도·러시아·일본 등 온실가스 배출 상위 1~5위 국가 모두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보고서를 통해 “탄소 저감에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 활용을 공식 표방하고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은 지난 정부가 작성한 NDC에 반영돼 있던 원전 관련 내용을 현 정부 들어 삭제해 제출했다.

본지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된 2030 NDC 문서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 국가가 국내외에서 탄소 저감을 위해 원전 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제출한 NDC 문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형 개량형 가압경수로(APWR) 등에 대한 국가 연구 개발을 해왔다”며 “풍력·태양광·수력과 함께 안전 확보라는 전제 아래 원전을 질서 있게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중국은 원전 폐열을 건물 난방에 활용해 탄소를 추가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러시아도 작년 11월 NDC에서 “개도국들의 평화적 원전 활용을 지원해 지구 온실가스 저감에 공헌하고 있다”면서 2030년까지 이집트·요르단·우즈베키스탄 등 12국에서 러시아산(産) 원전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국 원자력발전 계획

인도는 “원전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이고 경제성이 있다”며 2032년까지 63GW(기가와트)의 원전 용량 달성 목표를 2016년 첫 NDC에서부터 설정했다. 일본도 작년 NDC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2019년 6%인 원전 비율을 2030년 20~22%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 NDC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통해 생산된 수소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 일리노이주는 노후 원전 운영을 연장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뉴욕주도 지원금을 주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연방정부가 이들 주 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는 성명도 냈다”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 10위권 밖 국가들도 원전을 탄소 저감 기술로 꼽았다. 올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최국인 영국은 “새로운 원자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자국 계획을 소개했다. 심지어 북한도 유엔에 제출한 NDC를 통해 “탄소 저감을 위해 조력·풍력·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작년에 갱신 제출한 NDC를 통해 ‘원전’ 표현을 아예 삭제했다. 우리나라는 전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첫 NDC에서 원전을 ‘주요 탄소 감축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현 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에 발표한 2030 NDC를 통해 탄소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높였다. 동시에 2050년까지 현재 24기인 원전을 9기만 남겨 원전 비율을 6~7%로 축소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61~71%로 10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주요 탄소 배출국들이 2030년까지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건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우리나라가 과학과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판단으로 ‘탈원전·탄소중립’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각국이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에서 탄소 저감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이 검증된 원전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유럽연합은 당초 절반가량이 원전 확대에 찬성하고 나머지는 반대해왔는데 최근 원전 수용 쪽으로 점차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국 글래스고 COP26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원자력은 탄소 중립 달성에 필수”라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런 가운데 가격 경쟁력과 적기 시공 능력을 갖춘 국내 원전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탈원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범진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건설이 멈추면서 창원 등지의 원전 부품 공급망이 많이 무너졌다”며 “무엇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어렵게 쌓아온 원전 기술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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