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 조정받은 구리 현물 가격과 관련주 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중국이 구리 재고 비축에 나서면서 연내 구리 가격이 1만달러대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리값 연내 1만달러 다시 넘을 것"…풍산 등 수혜주 '들썩'
지난 1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은 1.69% 오른 t당 95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t당 1만7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구리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전 세계 구리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재고로 쌓아둔 구리를 사용하면서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19일 t당 8775.5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부터 상승 전환하며 이날까지 8.43% 상승했다.

구리 강세에 관련주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13일 풍산은 5.60% 오른 3만6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을 소재로 신동 제품을 가공해 판매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대표적인 구리 관련주로 꼽힌다. 지난달 20일 이후 11.70% 뛰었다.

구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대표적 구리 ETF인 ‘미국 구리 지수 펀드(CPER)’는 지난 10일 3.59% 상승했다. 구리 선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인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은 이날 6.55% 뛰었다.

증권업계에서는 남은 하반기에도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 가격은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진 상태다. 반면 알루미늄·니켈 등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은 연일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구리와 알루미늄은 전선, 에어컨 등 전방산업이 일부 겹친다. 올 상반기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알루미늄이 구리 수요를 일부 대체하기도 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루미늄 대비 구리 가격은 올 상반기 4배를 넘었지만 이달 들어 2009년 이후 평균(3.44배) 이하까지 내려왔다”며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반기에 알루미늄으로 이동했던 전방산업의 수요가 다시 구리로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부터 중국이 구리 재고 비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구리 재고는 매년 4분기와 1분기에 증가하다가 2~3분기에는 감소세를 보인다. 이달 들어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구리 재고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대에 다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까지 구리 가격이 t당 1만1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도 “12개월 내 구리 가격이 t당 1만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