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가와 정제마진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월을 고점으로 ‘추세적 하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 침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초만 해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정유사들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2.5달러였다. 1월 80.4달러와 비교해 9.8% 하락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기업별 스폿(spot·실시간) 정제마진은 1월 배럴당 10달러 선에서 현재 7~8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 수요 침체가 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의 결정적 원인은 중국 수요 침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요 침체로 유가·정제마진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석유제품 가격 하락폭이 기름값 낙폭보다 크다. 원재료(원유) 가격보다 제품 판매가격이 더 내려가니 정유사 실적은 악화한다. 특히 제품 가격 하락기엔 원유를 비쌀 때 사서 제품을 만든 후 휘발유 등은 싸게 팔 수밖에 없는 ‘부정적 래깅 효과’가 나타나 손실이 커진다. 재고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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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은 정유 부문에서 올 1분기 영업적자를 내거나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정유 부문에서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3424억원)과 비교하면 96% 이상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450억원을 기록한 에쓰오일은 600억원대 영업적자가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큰 폭의 실적 감소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정유사 실적이 개선될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석유제품 가격 인상을 불러올 중국의 깜짝 경기부양책이나 원유 가격만 하락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량 감산 결정 등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까진 ‘버티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유 정제 과정 효율화 등으로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게 목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 대비 정유산업은 업체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독자적 기술력으로 마진을 높이는 게 어렵다”며 “올 하반기 유가 및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