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종환 파주시장, 십여년간 상습 가정폭력” 경찰 은폐 의혹까지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3 11:00
  • 호수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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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부임 후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만 6~7차례”…부인 A씨 “경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최종환 시장 “부인과 딸의 신경쇠약 증상 제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폭력 없었다”

최종환 파주시장(57)이 부인과 딸에게 십여 년간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저질러온 정황이 드러났다. 최 시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8년 7월부터 지금까지 112에 가정폭력 등으로 신고된 건수만 수차례에 이른다. 부인과 딸은 물론 친척과 이웃집에서도 112 신고를 했다. 최 시장은 2009년경 가정폭력으로 법원으로부터 교육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최 시장의 부인 A씨는 “20여 년 전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최 시장으로부터 언어폭력은 물론 신체적 폭력에 시달려 왔다”면서 “경찰에도 가정폭력 사실을 말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시장은 “아내와 딸이 신경쇠약 상태다. 이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폭력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부인 A씨는 가정폭력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하면서도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시사저널은 가정폭력 문제를 많이 다룬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가정폭력이 장기간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폭력의 수위 또한 높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 시장은 공인이며 경찰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기사화가 불가피했다. 다만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상황 보도는 최대한 삼갔다.

최종환 파주시장ⓒ연합뉴스
최종환 파주시장ⓒ연합뉴스

“파주 경찰서장까지 보고 올라가”

2021년 1월1일, 최종환 시장의 이웃집에서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관할 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에 나갔고, 그 후 파주경찰서 여성소년과에서도 최 시장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이 상황에 대해 최 시장은 “딸이 신경쇠약 상태다. 당시 딸이 갑자기 과민반응을 보였고 이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있었다”면서 “이웃집에서 이를 가정폭력으로 착각해 신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사저널은 파주시청 관계자, 이웃 주민, 최 시장 가족이 다니는 교회 관계자 등을 다방면으로 접촉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 등으로 지금까지 112에 신고된 건수만 6~7번에 이른다”면서 “시장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파주경찰서장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부인과 딸, 친척, 이웃 주민들이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긴급구조 요청으로) 119에도 신고가 들어간 적이 있는데, 이때는 내가 집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 여름 사모님(부인 A씨)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이때 교회 사람들이 병문안을 갔었다”면서 “사모님 몸에 폭행 흔적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아내가 몸이 약해 병원에 자주 입원한다. 아내가 관절이 약해 파스를 자주 붙이는데, 이런 것을 보고 폭행이라고 오해한 것 같다”면서 “당시 아내가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반응을 보였고 이를 제어하면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파주시청 관계자 B씨는 “몇 년 전부터 가정폭력을 알고 있었다. 사모님(부인 A씨)과 이 문제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면서 “사모님에게 외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하라고 설득했지만, 사모님은 망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면서 부인 A씨와 그동안 나눈 문자 메시지와 통화 녹취를 시사저널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최 시장의 가정폭력을 증언하는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가정폭력 숨기기 위해 정신적 문제로 몰아가”

시사저널은 부인 A씨에 대한 직접 취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어렵게 부인 A씨를 접촉할 수 있었다. 부인 A씨는 가장 먼저 “남편에 대한 처벌이 아닌 가정폭력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와 상담을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개입에 의한 강제성 없이는 지속적인 치료·상담이 이뤄질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가장 화가 나는 점은, 남편이 가정폭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나와 딸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위에 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와 딸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지만 정신병 진단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오히려 남편의 정신적 문제에 대한 정신과 진단이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최 시장의 약물복용 문제가 불거졌고, 이때 최 시장은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최 시장이 공개한 정신과병원의 소견서에 따르면, 최 시장은 랙사프로 10mg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랙사프로는 신경정신용으로 분류된 전문의약품으로 주요 우울장애, 광장공포증을 수반하거나 수반하지 않는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강박장애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당시 딸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가족이 함께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약을 처방받은 것” 이라면서 “딸이 약을 잘 먹지 않아, 아버지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약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부인 A씨의 증언을 요약하면, 최 시장의 가정폭력은 결혼 직후부터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더 큰 문제는 부인 A씨뿐만 아니라 딸에게도 폭력이 가해졌다는 점이다. 딸에 대한 폭력은 미성년자 때부터 시작됐다. 자세한 정황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

딸이 성인이 된 후인 최근까지도 폭행은 이어졌다. 지난 1월1일 사건에 대해 부인 A씨는 “처음에는 112 신고를 주변(이웃집)에서 했고, 나중에는 우리(부인 A씨, 딸)가 했다. 그러니까 남편이 우리 전화기를 뺏고 난리를 쳤다”면서 “일(폭력)이 커질 것 같아서 밖에, 복도에서 ‘사람 살려 달라’ 외쳤다. 안 그러면 남편의 행동이 멈춰지지 않는다. 큰 소리를 치니까 주변에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딸의 목을 졸랐다. 이번에는 너무 심했다. 얼굴이 파이고 피가 났다. 목을 조르면서 손톱이 어떻게 됐는지 피가 많이 났다. 흉터가 아직 남아있다. 딸이 무서워서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고 밝혔다.

부인 A씨에게도 폭력은 가해졌다. 그는 “지난여름에 너무 심하게 당해서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때 교회 사람들이 오셨는데, 그중에 의사도 있었다. 내 모습을 보고 폭행을 당한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언어폭력을 비롯한 수많은 가정폭력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프라이버시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밝히지 않는다.

 

최 시장·부인 “상처 있었다”…경찰만 “폭행 흔적 없어”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112 신고가 빈번하게 이뤄졌음에도 경찰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찰이 사건을 은폐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1월1일 112 신고 당시 최 시장의 집에 출동한 관할 파출소 경찰관 C씨는 “폭행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사모님(부인 A씨)과 딸의 얼굴이 깨끗했다. 집 안 역시 부서지거나 어질러진 흔적이 없었다”면서 “시장님과 담배를 태우러 함께 나갔었는데, 이때 시장님이 경찰 고위 관계자를 거론하며 ‘그 사람 아들이 조현병이라고 하더라. 우리 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래서) 허위신고로 보고 사건 종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부인 A씨의 “상처가 나서 피가 많이 났다”는 증언과 전혀 다르며, 심지어 최 시장의 말과도 맞지 않는다. 최 시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딸의 과민행동을 제어하는 도중에 손톱에 긁혀서인지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밝혔다. 최 시장과 부인 A씨 모두 폭행 흔적에 대해 동일한 증언을 하고 있는데, 오직 경찰관 C씨만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의사불벌죄 때문에 수사 진행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조현병’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 시장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경찰관 C씨는 조현병에 대한 진단서를 요구하는 등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즉, 경찰관이 112 신고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말만 믿고 허위 신고로 치부한 것이다. 더구나 부인 A씨는 “남편이 ‘딸이 이상 행동을 해서 제어하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더라. 그래서 경찰관 앞에서 ‘무슨 소리 하냐고 똑바로 얘기하라’고 얘기했다”면서 “딸 역시 경찰관에게 ‘(최 시장) 눈에서 살기를 느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사저널의 자문에 응한 가정폭력 전문 변호사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경찰관이 ‘직권’으로 분리조치 등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폭행의 흔적이 있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호소했음에도 경찰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파주경찰서 여성소년과는 “가정폭력 범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112 신고가 상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최 시장 가족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인 A씨는 “(최 시장은) 남편이고 딸의 아빠다. 형사적 처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고소를 하면 시장직에서 내려와야 할 텐데,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가정폭력 범죄에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정폭력으로 입건됐을지라도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된다. 부인의 손목을 잡아서 비튼 혐의로 입건된 이정훈 강동구청장의 폭행 사건 역시 부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됐다. 가정보호사건은 가정법원이 담당해 전과도 남지 않는다. 처벌은 접근제한,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에 그친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7월에도 주먹으로 부인의 얼굴을 때려 다치게 한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도 ‘반의사불벌죄’의 혜택을 받았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나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행동은 가정폭력의 재범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사범의 재범률은 2015년 4.7%에서 2020년 12.6%로 3배가량으로 폭증했다.

또한 가해자에게 ‘공권력도 가정폭력을 제재할 수 없다’는 인상을 각인시켜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다. 이를 보여주듯 부인 A씨는 “112 신고로 경찰이 다녀간 후 남편(최 시장)이 ‘경찰이 나를 왜 안 잡아 갔을까. 너와 ○○(딸)이가 잘못했기 때문에 나를 안 잡아간 거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배우자 혹은 연인 간 폭력 사건에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체포조차 하지 않는 선진국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드물다”면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 가정폭력처벌법은 가해자의 영향력 아래서 공포에 질린 피해자의 생명권을 보호해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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