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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형 폼팩터' 외면하는 '유럽'...LG엔솔 '울고' 삼성SDI '웃고'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P6 각형 배터리.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삼성SDI]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유럽 전기차 시장 내 '파우치형 폼팩터'를 비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유럽 사업 성과가 줄어든 반면, 각형 폼팩터로 시장을 공략 중인 삼성SDI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시장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인 만큼,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의 표준이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추세다. 에너지 전문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내 배터리 폼팩터 별 사용 비중은 각형이 4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파우치와 원통형은 각각 35%, 16%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파우치형 폼팩터 46%, 원통형 35%, 각형 19% 수준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트렌드가 완전히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유럽 전기차 기업 중에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포르쉐, 아우디 등이 각형을, 볼보와 르노 등은 파우치 위주로 사용해 왔다.

최근에는 볼보와 르노도 각형 배터리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각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 양산 준비에 돌입한 SK온이 볼보, 르노 CEO와 회동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볼보, 르노도 가까운 시일 내 각형 폼팩터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럽 전기차 기업들이 파우치형 폼팩터를 외면, 각형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안전성과 성능을 중요시하는 유럽 소비자 선호가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각형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격벽 역할을 하는 외부 케이스가 존재해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셀 구조가 더 안정적이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밀도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강하다. 초기에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우위를 점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NMC(니켈 망간 코발트) 계열 양극 물질과 같은 고성능 소재 개발 및 전극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각형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크게 향상됐다. 또한 공정 개선을 통해 비용도 크게 절감된 것도 또 하나의 사유다.

유럽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2%를 차지, 2030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기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내 폼팩터 변환 흐름이 이어지자, 기업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에서 유일하게 유럽에서 각형 배터리를 생산 중인 삼성SDI의 헝가리 법인의 경우, 지난해 1901억원 순이익을 기록, 4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78.3% 늘었다.

반면, 파우치 배터리를 중점으로 유럽 사업을 추진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법인은 지난해 10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6396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83.7% 줄었다. SK온은 이러한 흐름에 지난해 처음으로 각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 고객사 확보 등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각형 선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 기업들의 전략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내에서는 안정성, 성능 등의 문제로 파우치형 폼팩터를 선호하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유럽 내 각형 폼팩터를 일찍부터 생산한 삼성SDI는 여유로운 한편,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입지는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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