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 마사 스타우트 지음 / 이원천 옮김 / 사계절 펴냄 / 1만6800원
소시오패스 하면 살인·강간과 같은 물리적 폭력이 연상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타우트 박사는 "직접적인 범죄와 관련된 소시오패스는 고작 20%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머지 80%는 삶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의미다. 그들은 자신의 파괴본능을 은폐하고, 아주 은밀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스며든다.
스타우트 박사는 소시오패스의 다섯 가지 유형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옳든 아니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상사, 가족을 트로피처럼 여기는 아버지, 어떤 동기나 이익도 없이 나를 괴롭히는 동료, 죄책감과 미안함 없이 기생하는 남편. 스타우트는 이들 모두가 소시오패스라고 단언한다. 왠지 모를 기시감에 책을 자주 덮었다.
반사회적 성향을 갖는 이들로부터 오는 해악은 무척이나 크다. 마치 전쟁·강간 피해자의 피폐화한 정신처럼 소시오패스로부터 당한 심리적 폭행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전통사회와 달리, 개인적인 성취만을 강조하는 현대사회는 소시오패스가 '배양'되는 최적의 환경이다. 덩달아 소시오패스 피해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스타우트 박사는 "일상에 숨어든 소시오패스를 하루 빨리 진단하고, 그들의 계략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매력 넘치는 오피니언 리더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현장을 목도한다. 그간 우리가 지나치게 치장된 겉모습에만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온 탓이다.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가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독의 이유가 충분하다. 불현듯 얕은 인간관계를 의구(疑懼)의 눈빛으로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내 안의 숨겨진 본성을 자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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