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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VR기기 쓰면 영화 세트장 바로 접속하는 시대 온다

나현준 기자
입력 : 
2021-11-07 17:17:45
수정 : 
2021-11-08 17: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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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기존 CG 대체할 VR 기술로
지상파 다큐·드라마 촬영
향후 VR기기와 연동시켜
영화체험 가상공간 구축
사진설명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비브스튜디오스 촬영장에서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구현하는 기술을 활용해 '브로큰 미(Broken Me)' 뮤직비디오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비브스튜디오스]
"드라마를 단순히 눈으로 시청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앞으로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드라마 세트가 구현된 가상 세계에 직접 들어가 해당 공간을 체험하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있는 비브스튜디오스 본사에서 만난 김세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미국의 유명한 영화 제작사 마블스튜디오처럼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기술(VIT)을 보유한 회사다. VIT는 카메라, LED월 그리고 실시간 3D 엔진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3차원(3D) 공간을 실시간으로 구현해내기 때문에 국내 대표 메타버스·VR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6월부터 메타버스 '이프랜드'를 출범시킨 SK텔레콤이 비브스튜디오스에 지분 투자하고 메타버스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게임 엔진 기반 단편영화 '더 브레이브 뉴 월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비브스튜디오스의 가장 큰 핵심 기술은 3D 제작 기술인 VIT다. 기존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상 공간을 구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은 3D 인물과 공간을 구현내기 위해 일일이 좌푯값을 지정해야 했다. 이 때문에 거대한 초록색 벽에서 배우가 상상을 하며 연기하면 나중에 CG로 이를 합성하는 '후작업'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VIT는 게임 엔진 기반으로 마치 게임하듯이 실시간으로 3D를 구현해내기 때문에 배우들이 촬영 과정에서도 가상 배경을 LED벽을 통해 인지하며 연기할 수 있다. CG처럼 후작업이 필요하지 않아 제작 시간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 방영한 KBS 다큐멘터리 '키스 더 유니버스'에서 공룡 등을 구현할 때도 VIT가 활용됐다. 김 대표는 "존 패브로 감독이 영화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작품인 '만달로리안'을 촬영할 때 이 같은 실시간 3D엔진을 기반으로 한 Virtual Production 촬영 기법을 사용했다"며 "국내에서도 제작 시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된다는 입소문이 점점 나고 있어서 앞으로 쓰임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설명
김세규 대표
김 대표가 미래에 꿈꾸는 사업은 이 같은 3D 촬영을 통해 얻은 '3차원 공간'을 페이스북 오큘러스퀘스트2와 같은 VR 기기와 연동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VR 기기를 끼고 실제 드라마·영화 촬영장에 직접 들어가 Virtual World(가상 공간 혹은 메타버스)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즉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온 것처럼 VR 기기를 착용하고 다른 차원의 세계로 접속하는 것이 구현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향후 VR 기기가 보급되고 이를 기반으로 애플·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거대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든다면, 비브스튜디오스는 메타버스 생태계 내에서 드라마·영화를 비롯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제공하는 하나의 작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VIT를 활용한 3D 가상 공간을 축적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같은 드라마가 제작 과정에서 VIT와 VR 기술을 사용한다면 향후 VR 기기를 착용하고 오징어 게임 세트장(가상 공간)으로 직접 들어가 오징어 게임 내 여러 게임(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아직도 시작 단계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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